인간愛를 향한 따뜻한 기업 교류

한국의 이효복 사장과 일본 故쇼지 아키오 사장의 진한 우정

▶ 소중한 인연의 시작

중요한 인연일수록 나중에 돌아보면 그렇듯이 쇼지 아키오 사장과의 만남도 우연처럼 시작됐다. 2007년 한경대학교 명예박사로 초청되어 한국에 오게 된 쇼지 사장과 평소 친분이 있었던 최일신 총장님과의 저녁식사 자리에 초대받게 되었고, 식사 후 간단하게 맥주 한잔을 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쇼지 사장과 서로의 기업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야기 중 쇼지 사장으로부터 일본으로의 개인적인 초청을 받게 되었다. 그 초청에 응하게 된 것이 내 인생에 있어 큰 변화가 생길 터닝포인트가 될 줄은 그때까지 몰랐다.

이효복 사장 故쇼지 아키오 사장

2001년 와바 런칭 후 쉬지 않고 앞만 바라보고 달려오던 내게 있어 2007년은 경영이 어느 정도 안정화된 단계에 있었고, 이제부터는 경영의 목표를 한 단계 높여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던 때였다. 2008년 가족들과 함께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아레후를 직접 방문했고, 내가 생각해온 올바른 기업 비전이 아레후에 성공적으로 잘 반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예상보다 훨씬 까다롭게 운영되고 있던 아레후의 기업문화가 조금은 충격으로 다가왔고, 기업의 이익보다 인간을 향한 큰 사랑을 바탕으로 많은 인력과 시간을 기꺼이 감당하고 희생하는 쇼지 사장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시대를 짊어질 어린이들에게 건강과 보다 풍요로운 환경 유산을 남기는 것이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 쇼지 아키오

▶ 이효복의 롤모델 쇼지 아키오, 그의 경영철학

먼저 쇼지 아키오 사장의 기업 ‘아레후’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겠다. 소비자들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에서 쇼지 사장은 소비자보다 더 까다로운 공급자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가 이룩해놓은 아레후라는 기업은 연매출 7000억의 규모로 생각보다 상당했고, 매우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경영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놀라운 점은 환경에 대한 경영철학이 확고히 반영되고 있는 현장의 모습이다. 최대한의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게다가 많은 가맹점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이 정도로 환경을 생각하는 경영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친환경 경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쇼지 사장의 고집스러움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탄소배출량 50% 감량을 달성할 때까지 가맹점 개설을 중단하기도 한 그다.

최근에야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녹색 경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오직 발전만을 강조하던 1980년대부터 이러한 친환경적인 경영을 해온 아레후 같은 기업은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올바른 선견지명을 가지고 스스로의 신념으로 삼고, 그것을 그대로 진행할 수 있는 뚝심. 쇼지 사장에게서 내가 배우고 싶은 가장 큰 부분이기도 하다. 그 밑바탕에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크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 아레후에서 운영하고 있는 친환경 테마파크 ‘에코린 무라’ >

그 동안 생각해 왔던 친환경 경영이라 하면 지열, 태양열 사용쯤으로 생각했던 나는 아레후의 디테일한 경영 방법에 또 한 번 놀랐다. 아레후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프랜차이즈 브랜드 매장에는 모두 집유기가 설치되어 있었고, 폐식용유를 가져오는 고객에게는 그만큼의 양에 해당하는 맥주나 음료수를 제공하고 있었다. 모아진 폐식용유는 자체 정제 시스템을 통해 물류이동에 필요한 기름으로 쓰이는 것은 물론 대나무로 만들어진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모두 수거해 죽초액을 뽑아 아레후가 소유하고 있는 화원의 화초에 영양액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여기서 더 감동적인 것은 그 수 많은 화초 하나하나에 나무젓가락이 수거된 매장의 이름들이 적혀 있어 아름답게 자란 화초가 그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위해 다시 쓰여진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진심으로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사업적인 이익을 위한 행동과 실천이 아닌 소비자의 건강과 나아가 세계의 환경까지 생각하는 그 모습을 보며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고, 기업가의 사명과 비전을 수정하게 되었다.

▶ 평생 네 번 만난 인연, 이효복 대표에게 유산을 남기다.

그 후 아레후라는 기업을 마음에 새긴 채 바쁘게 지내오던 중 2011년 3월 23일 쇼지 아키오 사장님이 작고하셨다는 소식을 전달 받았다. 존경하는 분을 또 뵐 수 없다는 슬픔과 그 동안 많이 찾아 뵙지 못한 죄송함이 밀려왔다. 그러던 중 아레후의 이나다 전무에게서 연락이 왔고, 한국의 법률사무소에서 만나기를 요청했다. 그렇게 영문을 모르고 나간 자리에서 쇼지 아키오 사장이 나에게 유산을 남기셨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순간 그야말로 얼떨떨했고, 놀랍기도 하고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울진에 있는 연간 생산량 500톤 규모의 김치공장을 나에게 아무 대가 없이 준다니.. 마치 동화 같은 이야기로 느껴졌다. 놀람도 잠시,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난 후에는 고마움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이 느껴졌다. 그리고 5월 중순 추모식 참석을 위해 떠났던 삿뽀로에서 3천명 이상의 추모객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이 한 명씩 헌배를 하며 쇼지 아키오 사장과의 추억을 전하는 내용을 들으며 그분이 평생 가지고 있던 진정한 뜻을 알게 되었다. 그러한 인연이 나에게도 닿았다는 기쁨에 다시 한 번 감동했다.

비록 돌아가시고 난 후라 고마움을 직접 전할 순 없지만 추모객 중 한 분이 전한 쇼지 아키오 사장의 “나에겐 갚지 않아도 된다. 너도 앞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주변인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와라.”라는 말을 깊이 되새기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했다.

< 2011년 10월 한국에서 열린 조인식 >

▶ 장학금을 위한 공장 운영

현재 울진에 위치한 김치공장은 생산량의 90%를 아레후의 매장 식자재로 수출되고 있으며 나머지 10%는 지역학교에 공급하고 있다. 2천 평 규모로 울진의 바닷가에 위치한 김치공장은 현재 인토외식산업의 자회사로 편입되어 있지만 앞으로 생기는 이익금의 대부분은 지역 청소년들의 장학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유족들과의 상의 후 쇼지 아키오 재단을 설립하고 싶은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 분의 깊은 뜻을 그대로 살리며 남을 위한 따뜻한 경영을 통해 세상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 100년 기업 인토외식산업의 변화

아레후의 기업문화는 먼저 실천하고, 결과를 나누는 데 중심이 있다. 쉬운 말 같지만 스스로 실천을 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인토외식산업의 실천사항은 성공이 아닌 행복이다. 그 동안 성장만을 위해 달려왔다면 이제는 모두의 행복을 중심에 두고 경영할 계획이다. 사회의 행복을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행복해야 하고, 가족과도 같은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나의 행복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행복하게 만드는 물심양면의 모습. 앞으로 100년을 이어갈 기업 인토외식산업의 근본이 될 이념이다.